나의 작시전(作詩戰)
정숙자
내면이 정글이다
내면을 장악한 게 고통이라면 나는 그 놈을 사냥할 것이다
관찰 해부 소화할 것이다
태양은 구름장 지우며 돌고 나는 바람 맞으며 탄다
모든 생명은 태양의 사리이리라
종이 위 낱낱 시어는 누군가의 심장을 말린 구슬이리라
눈물 통통 살 오르는 날 나는 물었다
우주시간 비추어 볼 때 지구시간이란 얼마나 가벼운가
실존 또한 얼마나 짧은 끈인가
아끼지 않을 것이다
희귀한 놈 걸리면 더욱 예리한, 은밀/정밀한 칼질 필요하
겠지
OK! 시간을 바칠 것이다
일필휘지 원치 않는다
시인에게 시는 여벌이 아닌
놓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들숨이며 자양이며 밧줄이다
내가 바라는 시니피에는 이웃집 담벼락에 있지 않고 저잣
거리에 있지 않고 살갗에 있지 않다
인간을 소우주라고 칭한 바에야 자신 안에 잠복하고 응시
할 테다
다작일 것도 없다
한 편을 포획하는 데 평생을 기울인들 어떠리
그놈이 바로 하늘을 업은 그놈이라면
-『현대시』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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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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