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나의 작시도(作詩道)/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9. 7. 22:50

 

 

       나의 작시도(作詩道)

                                                      

      정숙자

 

 

   평범은 치명적이지

   평범할 바에야 안 쓰는 게 나을지 몰라

   발은 현실에 머리는 공중에 매달지 않았어? 하느님께서

   그 속에 깃털을 넣어두지 않았는가 말야

   평범의 뒤쪽 혹은 옆쪽을 보기 위해

   사물 아닌, 사물이 지닌 원자를 찾기 위해 지새워야 해

   더 분석할 수 없을 때까지

   쪼개야만 해

   태양이 넘어간 자리에서 장미를 볼 수 있기를

   곡선이 없어진 자리에서 사과를 그릴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고 기다리면서

   핵융합 핵분열 핵산란 등등

   과학기지 설립이 길이다 싶어

   핵 투하 거친 본질은 어딘가 다를 거야

   분화구가 생길 거고 버섯구름도 박힐 거고 괴이쩍기도 하

겠지

   그렇지만 괜찮을 거야 평범보다는

   평범보다 못하면 어때 아무튼

   꿈속에선가 전생에선가 비밀스런 원자 만났을 때

   나는 외쳤어 심봤다! 이렇게 말야    

    -현대시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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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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