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쓰쓰가무시병/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9. 7. 00:53

 

 

      쓰쓰가무시병*

                                                 

      정숙자

 

 

   쓸쓸함A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식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쓸쓸함A는 처음부터 쓸쓸함A였을

리 없다

   쓸쓸함A를 어딘가에 내버린다면 지구 한 귀퉁이 검어질

것이다

   쓸쓸함A를 묻을 곳이란 내 가슴뿐, 거기

 

   쓸쓸함A가 쌓이고 쌓여 섬을 이루면 꽃씨가 날아와 움틀

지도 몰라. 꾀꼬리 몇 마리 부화할지도 몰라. 오랜 쓸쓸함A

를 위해 노래 불러줄지도 몰라. 하지만 정말 아무짝에도 쓸

모없는 무덤이 되어진대도 쓸쓸함A는 (밀봉된 내 가슴뿐) 아

무데나 버려선 안 돼

 

   쓸쓸함A를 끌어안은 쓸쓸함B 위로 밤이 내린다

   쓸쓸함A의 이면엔

   누가 · 언제 · 어디서 · 무엇을 · 어떻게 ·

   스토리 전모가 적혀 있다

   쓸쓸함B는 ‘진화론’에 힘입어 쓸쓸함C로 자란다

   쓸쓸함C는 뭇 쓸쓸함X에게 ‘적응’을 가르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향기로워질 때까지

   사뿐사뿐 일어서는 바람의 무릎을 본뜰 때까지

 

    *쓰쓰가무시병(tsutsugamushi disease) : 들쥐 등에 기생하는 털진드

      기가 사람의 몸에 어와 전파하는 가을철 열성전염병. 법정전염병   

    -『불교문예』200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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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