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속도와 공기의 저항/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9. 3. 21:27

 

 

     속도와 공기의 저항

 

     정숙자                

                                               

 

   대기권이 직선으로 찢어진다

   그 소리

   그 빛

   그 집념은

   떠돌이 알바트로스의 날개, 구태의연을 건드린 학설

 

   ‘X’ 더하기 속도〓철학적 사유의 유목민들에게 지진과 해

일을 일으킨다

   골목과 어둠을 지나 절망까지를 짓씹게 한다

   속도는 어디서 꽂히는 걸까

   엄지발가락? 길? 우주 공간 저편?

   아니, 아니, 결코

 

   모든 속도는 뇌의 속도다

   내 웃음이 느리다면 내 뇌가 느린 탓이지

   오늘 네가 공기의 저항을 받았다면 네 뇌에 가속도가 붙

었을 테고

 

   뇌는 신의 영역, 한 치 앞도 미리 공개되지 않는다

   뇌는 뇌만이 안다 아니다 모른다 뇌 스스로도 조절하거나

지시하지 못한다

   긴장의 탄력에 정공법으로 대응할 따름

 

   떠돌이 알바트로스의 깃털 하나가 책상 위에 떨어진다

   거기 펜촉을 꽂고 잉크를 찍는다 

      -『서시』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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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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