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공기의 저항
정숙자
대기권이 직선으로 찢어진다
그 소리
그 빛
그 집념은
떠돌이 알바트로스의 날개, 구태의연을 건드린 학설
‘X’ 더하기 속도〓철학적 사유의 유목민들에게 지진과 해
일을 일으킨다
골목과 어둠을 지나 절망까지를 짓씹게 한다
속도는 어디서 꽂히는 걸까
엄지발가락? 길? 우주 공간 저편?
아니, 아니, 결코
모든 속도는 뇌의 속도다
내 웃음이 느리다면 내 뇌가 느린 탓이지
오늘 네가 공기의 저항을 받았다면 네 뇌에 가속도가 붙
었을 테고
뇌는 신의 영역, 한 치 앞도 미리 공개되지 않는다
뇌는 뇌만이 안다 아니다 모른다 뇌 스스로도 조절하거나
지시하지 못한다
긴장의 탄력에 정공법으로 대응할 따름
떠돌이 알바트로스의 깃털 하나가 책상 위에 떨어진다
거기 펜촉을 꽂고 잉크를 찍는다
-『서시』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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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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