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임바밍(Embalming)*/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9. 2. 01:46

 

   

      임바밍(Embalming)*

 

      정숙자

                                                               

                                                                                                           

   스스로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도

   세워줄 수 없는 그, 의욕 안에서

 

   스스로 타오르지 않으면 어디서도

   꾸어올 수 없는 그, 의지 쪽에서

 

   설핏 어둠을 떨쳐

   암암리

   순간순간

   타깃이 되기도 하는 그, 의의 앞에서

 

   선전포고 없이도 전쟁은 벌어진다. 변증법에 의해 (늘) 세

날 칼이 번뜩인다. 쓰러지고 찢어진 내 시체가 또 하나의 나,

임바머(Embalmer)를 기다린다. 나는 (늘) 내 앞에 뻐드러진

내 시체를 씻고 꿰매고 복원한다. 나는 (늘) 나를 살리는 것이

나의 둘레를 살리는 것이라고 색칠했다-색칠한다. 정|반|

합, 세 날 칼이 꾸준히 불어나므로 어쩌겠는가! 나도 (늘) 내

머리칼 한 올 한 올이 칼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한다. 머리

칼은 (늘) 골수를 추슬러 구상한다. 살아 있는 내 시체를 위

하여 그리고 내 둘레를 위해서

 

   의미와 의문과 의협,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의외를 주문한다

   그런 의리

   의연을 향해

   나는 백 번 봉두난발, 봉합된다 

 

   * 사고나 전쟁터에서 찢어지고 흩어진 시체를 수습/봉합하여 생전의 모

    습처럼 꾸미고 정돈하는 일. ≒임바머(Embalmer):시신보존위생 전문가  

   -『시와 표현』2011년 봄호(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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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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