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바밍(Embalming)*
정숙자
스스로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도
세워줄 수 없는 그, 의욕 안에서
스스로 타오르지 않으면 어디서도
꾸어올 수 없는 그, 의지 쪽에서
설핏 어둠을 떨쳐
암암리
순간순간
타깃이 되기도 하는 그, 의의 앞에서
선전포고 없이도 전쟁은 벌어진다. 변증법에 의해 (늘) 세
날 칼이 번뜩인다. 쓰러지고 찢어진 내 시체가 또 하나의 나,
임바머(Embalmer)를 기다린다. 나는 (늘) 내 앞에 뻐드러진
내 시체를 씻고 꿰매고 복원한다. 나는 (늘) 나를 살리는 것이
나의 둘레를 살리는 것이라고 색칠했다-색칠한다. 정|반|
합, 세 날 칼이 꾸준히 불어나므로 어쩌겠는가! 나도 (늘) 내
머리칼 한 올 한 올이 칼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한다. 머리
칼은 (늘) 골수를 추슬러 구상한다. 살아 있는 내 시체를 위
하여 그리고 내 둘레를 위해서
의미와 의문과 의협,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의외를 주문한다
그런 의리
의연을 향해
나는 백 번 봉두난발, 봉합된다
* 사고나 전쟁터에서 찢어지고 흩어진 시체를 수습/봉합하여 생전의 모
습처럼 꾸미고 정돈하는 일. ≒임바머(Embalmer):시신보존위생 전문가
-『시와 표현』2011년 봄호(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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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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