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태의 피
정숙자
시퍼래서
너무너무너무 시퍼래서
모조리
하나도 남김없이
감자의 눈들을 파버렸다네
감자는 그 즉시 장님이 되고
나는 진리를 얻게 되었지
아무리 목마른 날도
너무너무너무 시퍼런 눈빛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
칼은 눈을 파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날로…… 장차 피어날 감자 꽃이며
옹기종기 매달릴 아기감자며…… 까마득 사라졌지만
파내버린, 홉뜬 눈알만큼은
내 안에 몰려들어와
푸르게 푸르게 박혀버렸네
현관문 열고 나서면 칼자루 숨긴 이들이
뼈 속에 맺힌 그 눈 들여다볼까
으흐, 으흐 (이하생략)
-『현대시』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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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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