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피동태의 피/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8. 29. 00:09

 

 

     피동태의 피

 

      정숙자

 

 

   시퍼래서

   너무너무너무 시퍼래서

   모조리

   하나도 남김없이

   감자의 눈들을 파버렸다네

 

   감자는 그 즉시 장님이 되고

   나는 진리를 얻게 되었지

   아무리 목마른 날도

   너무너무너무 시퍼런 눈빛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

   칼은 눈을 파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날로…… 장차 피어날 감자 꽃이며

   옹기종기 매달릴 아기감자며…… 까마득 사라졌지만

 

   파내버린, 홉뜬 눈알만큼은

   내 안에 몰려들어와

   푸르게 푸르게 박혀버렸네

 

   현관문 열고 나서면 칼자루 숨긴 이들이

   뼈 속에 맺힌 그 눈 들여다볼까

   으흐, 으흐 (이하생략)

     -현대시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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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