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시운(作詩運)
정숙자
시간 넉넉하던 날 나는 진짜로 시인이었다. 그리움 기다림
도 간절했었지. 급할 것 조금도 없이 졸다 깨다 독서도 하고,
사소한 것에 마음 붙이며
조금은 쓸쓸키도 했어. 남들이 상 탈 때 박수치면서 나도
저렇게 되어봤으면, 상장 한번 안아봤으면 잔물결 끼어들
었다고나 할까.
“꼭 작품만이 기준이었던 것은 아니다.” 심사평 발표될 때
는 왜 ‘작품만이 기준’일 수 없는 것일까 궁금증도 컸다오.
그렇지만 알아들었어. 운영이란, 맥(脈)이란 그런 걸 거라
고, 그게 정석일 거라고
네가 참으로 원하는 게 뭣이냐. 시냐? 명예냐? 성공이냐?
아냐아냐 이제는 그보다 더 큰 걸 원해. 바람으로 되는 거라면
굴레 없는 차원을 원해. 쌓인 책 읽을 시간을, 밀린 편지
띄울 시간을, 하늘 바람 그리고 구름과도 말할 수 있는 시간
을. 그렇게 푸진 공기를 원해.
-『현대시』2007년 5월호
----------------------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장(食葬)/ 정숙자 (0) | 2013.08.29 |
---|---|
피동태의 피/ 정숙자 (0) | 2013.08.29 |
괜찮은 일 100원어치/ 정숙자 (0) | 2013.08.27 |
나비홀릭(butterfly holic)/ 정숙자 (0) | 2013.08.25 |
연애 천문학/ 정숙자 (0) | 2013.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