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나의 작시운(作詩運)/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8. 28. 01:30

 

 

       나의 작시운(作詩運)

 

      정숙자

 

 

   시간 넉넉하던 날 나는 진짜로 시인이었다. 그리움 기다림

도 간절했었지. 급할 것 조금도 없이 졸다 깨다 독서도 하고,

사소한 것에 마음 붙이며

 

   조금은 쓸쓸키도 했어. 남들이 상 탈 때 박수치면서 나도

저렇게 되어봤으면, 상장 한번 안아봤으면 잔물결 끼어들

었다고나 할까.

 

   “꼭 작품만이 기준이었던 것은 아니다.” 심사평 발표될 때

는 왜 ‘작품만이 기준’일 수 없는 것일까 궁금증도 컸다오.

 

   그렇지만 알아들었어. 운영이란, 맥(脈)이란 그런 걸 거라

고, 그게 정석일 거라고

   네가 참으로 원하는 게 뭣이냐. 시냐? 명예냐? 성공이냐?

아냐아냐 이제는 그보다 더 큰 걸 원해. 바람으로 되는 거라면

 

   굴레 없는 차원을 원해. 쌓인 책 읽을 시간을, 밀린 편지

띄울 시간을, 하늘 바람 그리고 구름과도 말할 수 있는 시간

을. 그렇게 푸진 공기를 원해.

     -『현대시』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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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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