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괜찮은 일 100원어치/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8. 27. 01:20

 

 

       괜찮은 일 100원어치

 

      정숙자

                                                                

 

   어제가 초복이었습니다

   날것이 잘도 생겨나는 요즘

   많지도 않은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꽃밭에 내려갔습니다

   공연스레 헛기침했습니다

   풀도 좀 뽑고 호미로 땅바닥을 툭툭 치기도 했습니다

   “에쿠, 반가워요!” 돌멩이가 인사하더군요

   그렇게 저렇게 떠드는 동안 ‘지렁이 녀석 몸을 피했겠지?’

하고는

   몇 번 호미질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평토장하려고요

   그런데 그 흙밥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겁니다

   관절이 휜 발가락 네 개가 몸을 떠받치고 엎드려 꼬물거리

고 있었습니다

   우화준비(羽化準備) 중인 매미였던 것입니다

   ‘아이고, 미안하다 얘야!’ 얼른 흙으로 덮어줬습니다

   (굼벵이 삼시랑이라 ㅋ ㅋ 인기척을 했는데도 ㅋ ㅋ 거기 그

냥 눈 딱 감고 있었던 거예요)

   어쨌든 살며시 음식물쓰레기를 묻고 지면을 평평하게 골

랐습니다

   사뿐~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저를 부르지 않겠어요?

   흙감태기 백 원짜리 동전이었습니다

   매미가…… 저를 살려줬대서

   간직해온 전 재산을 저에게 준 것입니다

   각설. 이걸로 뭘 할까 궁리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잘 닦아 예쁜 상자에 넣어두기로 한 거죠

   이 동전은 아주 특별한 선물이니까

   아니 성물(聖物)이니까

   그러니까 이 동전은 새끼를 칠지도 모른다 그거예요 

     -『문학청춘』2009년 가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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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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