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일 100원어치
정숙자
어제가 초복이었습니다
날것이 잘도 생겨나는 요즘
많지도 않은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꽃밭에 내려갔습니다
공연스레 헛기침했습니다
풀도 좀 뽑고 호미로 땅바닥을 툭툭 치기도 했습니다
“에쿠, 반가워요!” 돌멩이가 인사하더군요
그렇게 저렇게 떠드는 동안 ‘지렁이 녀석 몸을 피했겠지?’
하고는
몇 번 호미질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평토장하려고요
그런데 그 흙밥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겁니다
관절이 휜 발가락 네 개가 몸을 떠받치고 엎드려 꼬물거리
고 있었습니다
우화준비(羽化準備) 중인 매미였던 것입니다
‘아이고, 미안하다 얘야!’ 얼른 흙으로 덮어줬습니다
(굼벵이 삼시랑이라 ㅋ ㅋ 인기척을 했는데도 ㅋ ㅋ 거기 그
냥 눈 딱 감고 있었던 거예요)
어쨌든 살며시 음식물쓰레기를 묻고 지면을 평평하게 골
랐습니다
사뿐~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저를 부르지 않겠어요?
흙감태기 백 원짜리 동전이었습니다
매미가…… 저를 살려줬대서
간직해온 전 재산을 저에게 준 것입니다
각설. 이걸로 뭘 할까 궁리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잘 닦아 예쁜 상자에 넣어두기로 한 거죠
이 동전은 아주 특별한 선물이니까
아니 성물(聖物)이니까
그러니까 이 동전은 새끼를 칠지도 모른다 그거예요
-『문학청춘』2009년 가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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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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