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대첩
정숙자
햇빛 잔뜩 머금었어요
흔들렸어요
눈뜨지 못했어요
불붙었어요
막 탔어요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 다시
살아났어요 홀로
혹은 바람과
물별* 잔뜩 일으켰어요
몰라요
마침내 쓰러졌어요
(국어사전에서 ‘태양’을 찾으라면 나는 ‘사랑’을 짚을 것이다. 사랑이 지닌 열도는 어떤 감정을 대입할지라도 승률 100%다. 사랑이 맞닿던 첫 순간의 기억은 삶을 구원하고 이끌며 기원을 움트게 한다. 이별이 가로놓였거나 얼룩졌거나 희미해졌다고 해도 그 사랑은 이미 하늘에 낀 어둠을 지웠던 태양이다. 함께 타고, 함께 흔들리며, 함께 쓰러지는 새벽! 그것은 분명 지옥의 타파이며 영육의 전승(全勝)이다. ‘사랑해’보다 더 밝은 ‘해’를 나는 여태도록 알지 못한다.)
-전문-
* 필자의 신조어. 햇빛을 반사하며 명멸하는 수면 위의 빛
-『문학나무』200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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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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