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초상화
정숙자
어느 것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
눈까풀 서쪽으로 내려졌을 때 우리는 가장 나쁜 죄를 짓
는다
결혼-섹스-종족보존의 등식과 함께
먹고 먹히는 무간지옥으로 천국의 아이들을 끌어내린다
황- 흑- 백- 무제한 유괴한다
맑- 넓- 깊- 푸른 하늘은
지상으로 떨어진 아이들을 묵묵히 바라본다
마을에서 도시에서 으앙으앙 으앙
천국의 기억 깡그리 지워진 채
나고 자라며 전락/진화하는 인간, 인간들
되풀이 되풀이 되풀이 대낮에조차 천국의 아이를 약탈 수
태한다
다만 생고생하고 갈 뿐인 길로
아들 딸 손자 손녀 무작정 풀어 놓는다
눈까풀 동쪽으로 들어 올린 하늘, 그 오랜 망막 속으로
우리의 가장 슬픈 죄가 촘촘히 들어박힌다
-『계절문학』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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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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