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그러니까 오늘은 8년 후, 1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8. 21. 00:36

 

 

       그러니까 오늘은 8년 후, 1월

                                                     

       정숙자                                                              

     

 

   그 집 향해 버스에서 내린다

   비닐봉지에 참외 몇 알 사들고 드나들던 집

   푸성귀 한두 단 싸들고 찾아갔던 집

   서문 받으러…… 새 시집 끼고……

   생신날 국화꽃도 안고 갔던 집

   캉캉캉 대문간 무너뜨리던 외국종 흰 개 극성맞던 집

   길과 길, 구름과 구름, 안개와 안개 골목 끝에선

   “시인이 세상에 붙댕기면 안 돼” 누누이 이르시던 집

   봄물 오른 연못가 상사초 한 뿌리 파주셨던 집

   셋이 앉아 맥주잔 부딪히던 집

   “나는 알아보는 눈이 있어!” 용기 한 뼘 올려주신 집

 

   홀로이 묵념하고 돌아오는 길

   쇠사슬에 감긴 채 기울어진 철대문 보고 오는 길

   주인 없어 쪼글쪼글 새붉은 감이 텅 빈 하늘에 서너 말 총총

   그때 그 개 짖는 소리 한사코 따라오는 길

   <151-080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 예술인마을 A지구 1071-

11>

   연하장 쓸 수 없어 다녀오는 길

   8할의 바람으로 9할을 그린 스승님 문패 닦고 오는 길 

     -문학정신2008년 가을(재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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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