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나의 작시법(作詩法)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8. 17. 23:18

 

 

      나의 작시법(作詩法)

 

       정숙자

                                                               

 

   발자국 한 개 비뚤어졌다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걷는다

 

   발자국 한 개가 또 비뚤어졌다

   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걷는다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시, 인생보다 어렵다. 퇴고불능의

모든 인생은 어떤 인생도 결국 인정받지만, 아니다 시는 시

세계는 어림없다. 시 쓰기 전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시답잖

다’ 는 꿀밤 한 대가 도레미파솔라시도 자꾸 건드려

 

   또 또 또 또 또 × 20

   고치고 고치고 다시 고친다

   퇴고 용지 100매가 거뜬히 날아간다

 

   어쩔 수 없다

   쌀 1톨도 88번이나 공들인 끝이라는데

   시작(詩作)이 농작(農作)! 농작이 시작이다

     -『현대시』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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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