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명상클럽/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8. 15. 23:38

 

 

    명상클럽

 

     정숙자

 

                

   달 속에 막고굴* 있네

   달 속에 분화구 있네

 

   바라문 승려가 아니어도

   아무라도 들어가 쉴 수 있네

   명상에 잠길 수 있네

 

   삶에 지친 이들

   꿈꾸는 이들

   마음 아픈 연인들

 

   한숨짓다, 눈물 흘리다, 팽팽 코도 풀다, 자반뒤집기하다

밝아지는 곳. 절망에 빠진 사람들 또한 그 석굴 한 칸 한 칸

에 들어 벽화 한 점 마주칠 수도 있는 곳.

 

   시간제한 없음

   연령제한 없음

   인간이 아니어도 괜찮다네

   가입과 동시 평생회원

   입회비-연회비 일체 무료

   성별-나이-학력-외모-직업-종교-가정환경도 묻지 않

으마, 받아주는

   막고굴 달 속에 있네

 

  <삶은 삶으로써 충분하고 죽음은 죽음으로써 충분하다

오.>

 

   뭘 더 바라고 추구하리요

   막고굴 수행자들은 결국 그렇게 구푸린다네

   한결같이 둥글고 높고 깊고 가벼운

   맑고 따뜻한 달이 된다네

   달 속의 막고굴은 우주를 다 품고도

   두어 칸 남아돈다네

 

    * 막고굴(莫高窟):둔황천불동. 1987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됨   

   -『시안』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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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