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클럽
정숙자
달 속에 막고굴* 있네
달 속에 분화구 있네
바라문 승려가 아니어도
아무라도 들어가 쉴 수 있네
명상에 잠길 수 있네
삶에 지친 이들
꿈꾸는 이들
마음 아픈 연인들
한숨짓다, 눈물 흘리다, 팽팽 코도 풀다, 자반뒤집기하다
밝아지는 곳. 절망에 빠진 사람들 또한 그 석굴 한 칸 한 칸
에 들어 벽화 한 점 마주칠 수도 있는 곳.
시간제한 없음
연령제한 없음
인간이 아니어도 괜찮다네
가입과 동시 평생회원
입회비-연회비 일체 무료
성별-나이-학력-외모-직업-종교-가정환경도 묻지 않
으마, 받아주는
막고굴 달 속에 있네
<삶은 삶으로써 충분하고 죽음은 죽음으로써 충분하다
오.>
뭘 더 바라고 추구하리요
막고굴 수행자들은 결국 그렇게 구푸린다네
한결같이 둥글고 높고 깊고 가벼운
맑고 따뜻한 달이 된다네
달 속의 막고굴은 우주를 다 품고도
두어 칸 남아돈다네
* 막고굴(莫高窟):둔황천불동. 1987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됨
-『시안』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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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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