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소
정숙자
이슬은 가장 짧은 생애를 살고 가지만 또 끊임없이 살아서
돌아온다. 몸 섞어 낳지 않고 피 풀어 다투지 않으며 억만년
을 넘기면서도 얼룩 한 점 남기지 않는다. 동글게) 맑게) 따
뜻하게) 이 셋이면 능히 부끄러움 면할 수 있다-믿는다. 작
은 체격일망정 충만하며 누군가 스치기만 해도 툭 떨어져 깨
어지지만 그 인연 서운해 하지 않는다. 밤새 귀담아 들었던
푸나무의 애환을 창공에 수납하고 애별샛별 방창한 새벽녘
이면 다시 내려와 제 목숨의 전부를 풀잎에 선사한다. 이슬
은 호수가 되거나 강물로 흘러흘러 바다에 닿으려는 일말의
포부도 없다. 다만 한자리 한순간 맺혔다 지는 것으로 대지
를 예찬한다.
-『천년의 시작』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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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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