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달』추천사
세상에는 대단한 것들이 많다. 고도의 철학, 정치적 혁명, 인류의 미래 등등에 대한 관심 같은 것들 말이다. 유명한 시인들은 대개 그러한 주제들을 시로 노래해 왔다. 그에 비해 그녀의 시적 관심사는 매우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소함의 미학에는 거대한 계단이 가로놓여 있다. 끝없는 길과도 같은 계단이 하늘 끝까지 걸려 있다. 사소함의 발걸음은 그 영원한 길을 찬양한다. 어떠한 절망도 없이, 어떠한 초월적 포즈도 없이 말이다.
―신범순(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숙자의 [뿌리 깊은 달]은 손으로 꾹꾹 눌러쓴 인생견문록이고 참회록이다. 협곡을 걸어왔던 맨발의 발자취가 “빗발꽃”처럼 선연하다. “늘 새로운 각이 솟았”던 도드라진 삶의 풍경들이 마침내 ‘음표’처럼 노래를 뿜어내고 있다. 인생견문록과 참회록이 ‘작시학(作詩學)’이 되고 있는 지점이다. “모난 꽃들”의 언어가 그림자를 밟고 있어 더욱 처연하고 눈부시다.
―홍용희(문학평론가, 시작시인선 기획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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