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소나무 분재 외 6편>
소나무 분재
서상만
보기 흉한
내 몰골,
사람들은 왜
멋있다고 하지?
팔 다리 꽁꽁 묶은
철사줄이나
제발 좀
풀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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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서상만
빈 깡통이라고
너무
놀리지 마세요.
나도 한땐
속 꽉 찬
통조림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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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서상만
털어도
털어도
꼭
붙어살고 싶은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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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서상만
이사 간 재식이네 집
누가 지켜주나 했더니
앞마당은
감나무가 지켜주고,
뒷마당은 스스스 바람 불러
대나무가 지켜주고,
가끔,
참새가 마루에 내려앉아
빈방 여기저기
둘러보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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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서상만
내 짝 토미는 칠레에서 온
구리 색 얼굴,
"어이! 인디언!" 하고 애들이 놀려도
언제나 활짝 웃지.
"야, 너 참 멋있다.
눈도 크고 잘 생겼다."
엄마는 볼 때마다 칭찬하고,
나는 또박또박 한글을 가르쳐주지.
그러면 토미는 나에게
신나는 잉카 춤을 가르쳐주지.
둥둥둥 빠른 박자로
어깨를 신나게 들썩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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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거울
서상만
우리 엄마 단골인
콩나물가게 아주머닌 손이 저울이다.
천원어치 달라면
쏙쏙쏚 세 번 뽑아
저울에 달고,
이천 원어지 달라면
쏙쏙쏙 쏙쏙쏙 여섯 번 뽑아
저울에 단다.
덤으로 주는 것은
그냥
쏙- 한 번만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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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이야기
서상만
불씨를 꺼뜨려 쫓겨나는
옛날, 어느 종갓집 며느리가
마지막 눈물 훔치던 행주치마를 돌돌 말아
행여 싶어, 불 꺼진 아궁이에 묻어두고
고갯길을 막 넘는데
"큰 마님, 큰 마님!"
뒤쫓아 온 머슴이 울면서 불렀대요.
"마님, 부엌에 불씨가 다시 살아났어요.
떠나면 아니 되옵니다."
신기하지요?
글쎄, 며느리 고운 마음이
꺼져버린 불씨를 다시 살렸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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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만 동시집 『너, 정말 까불래?』에서/ 2013.5.1 <아동문예> 펴냄
* 서상만/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태어남, 1982년『한국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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