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편지
윤석산尹錫山
오뉴월 꽃그늘이 드리우는 마당으로 우체부는 산골 조카의 편지를 놓고 갔구나. 바람 한 점 흘리지 않고 꽃씨를 떨구듯.
편지는 활짝 종이 등을 밝히며 서로를 파란 가슴을 맞대고 정겨운 사연을 속삭이고 있구나
찬연한 속삭임은 온 마당 가득한데, 꽃씨를 틔우듯 흰깁을 뜯으면 샘재봉 골짜기에 산딸기 익어가듯 조카는 예쁜 이야길 익혀 놨을까.
모두 흰 봉투에 숨결을 모두우며 꽃내음 흐르는 오뉴월 마당으로
「석 산 인아 저 씨 께」
아, 조카가 막 기어다니는 글씨 속에서 예쁜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구나.
-전문(p. 22)/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블로그 註/ 깁: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Daum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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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등단작'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 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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