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다층』지령 100호 특집 시 100을 내며
편집진 일동
IMF 외환 위기가 극성을 부리던 1999년 <자연과 문명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목표로 『다층』을 창간한 지 25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 층씩 쌓아 올린 벽돌 100장을 내려놓습니다. 몇 층이 될지 애초 기약은 없었습니다. 그냥 한 층씩 올리다 보니 100층이 되어버렸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이 책 한 권을 앞에 놓고 100번의 계절을 돌아봅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층의 울타리를 들락거렸습니다. 그 발자국을 일일이 열거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합니다만, 깊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다층』에 실린 작품 숫자는 1만 편이 넘습니다. 그중에 100편을 골라 지령 100호 특집호를 마련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100호를 꾸리고 여러분을 만날까 깊은 고민과 의논이 있었습니다. 각계 축하의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동안의 발자취를 세세 꼼꼼히 기록할까도 생각했지만, 순수하게 시인들이 세운 시의 100층 탑에는 시인들의 흔적만 기록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시의 바벨탑'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더 높이 쌓아 올려야 할 듯합니다. 벽돌 하나하나는 비할 데 없이 단단한데, 설계도도 없이 짓는 건물이다 보니 다소 부실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설계도 시공도 좋은 작품을 주신 시인들께서 한 일이고, 문단 안팎의 응원이 편집진들을 격려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염치없이 앞으로의 응원도 당부드립니다.
이번 호는 두 달 앞당겨 발간합니다. 11월 1일이 '시의 날'인 점을 고려해서 그 기념으로 100호를 발간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걸어온 여정은 여러분들이 그 증인이시기에 이 책에 기록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와 함께 걷는 길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다층과 함께하는 문학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풀꽃과 풀벌레와 새와 나무와 바위에 안부를 전합니다. 그 모든 힘으로 앞으로의 다층을 단단하게 지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진 모두는 여러분들을 깊이 사랑합니다.
창립 25주년, 지령 100호를 내면서
계간문예 『다층』 편집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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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3-겨울(100)호/ ■ <다층> 지령 100호 특집 시-100>을 내며_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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