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판타지 소설의 원조, 우리 고전소설/ 이우상(소설가)

검지 정숙자 2023. 7. 8. 01:32

 

    판타지 소설의 원조, 우리 고전소설

 

    이우상/소설가

 

 

  판타지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현실과는 다른 시공간에서 초자연적 존재들에 의해, 초자연적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반지의 제왕』이다. 영국의 영문학자이자 소설가 톨킨(J. R. R. Tolkien)이 1950년대에 발표한 판타지 소설이다.

  다음으로 꼽는 것이 <해리 포터 시리즈>다. 영국의 작가 롤링(Rowling, J. K.)이 1997년부터 발표한 판타지 소설 시리즈다. 제1권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시작하여, 2007년 제7권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끝으로 완결되었다. 전 세계에서 수억 부가 팔렸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판타지(fantsay. 공상, 공상의 산물, 공상하기) 라는 영어 이름이 보편화된 탓인지 판타지 소설은 영미권이 주류이고 우리는 겨우 흉내 내는 정도라는 인식이 있다. 과연 그런가? 

  한국 최초의 소설은 김시습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다. 「금오신화」는 환상적이고 기이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전기소설傳記小說이다. 한글로 쓰인 최초의 소설은 허균의 『홍길동전』이다. 위의 것들을 비롯해서 「흥부전」, 「별주부전」, 「심청전」 등 한국 고전소설들의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판타지 소설이다.

  해리 포터는 어려서 볼드모트에게 부모님을 잃고 친척집에서 천대를 받으며 자랐다. 그러다가 열한 살 때 마법학교에 입학했다. 홍길동은 비범한 재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서자 신분 탓에 무시당하며 자랐다. 자객에게 살해되기 직전에 집을 탈출하여 도적떼의 소굴로 들어간 것이 열한 살 때다. 둘 다 마법, 도술을 부리고 악당을 혼내주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마법 소년이다.

  심청은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맹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심청은 눈 먼 아버지를 극진히 모셨다. 어느 날 심 봉사는 공양미 300석을    이건 좀 과하고 불교 비하적인 요소가 있다. 지극정성으로 1,000일 동안 기도하라는 것도 아니고, 공양미 300석은 무려 48톤이다. 당시 쌀 한 점(석)에 5냥이라고 한다. 공양미 300석은 거금 1,500냥이나 된다. 당시 우람한 기와집 한 채 가격이 300냥 정도였다고 하니,기와집 다섯 채를 살 수 있는 액수다.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주하겠다고 덜컥 약속한 후 전전긍긍했다.

  이에 심청은 난징 상인에게 공양미 300석을 받고 자신의 몸을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 여기까지는 사실주의, 이후 판타지가 전개된다. 물에 빠진 심청은 용궁에서 전생의 일과 앞으로의 운명을 전해 듣고 어머니를 만난 뒤 연꽃에 둘러싸인 채 인당수 위로 올라왔다. 이때 난징 상인들이 돌아오다가 인당수에 떠 있는 연꽃을 발견하고 이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연꽃에서 심청을 발견하고 왕비로 맞아들였다. 심청은 왕에게 맹인 축제를 열라고 요청했다. 맹인 축제에서 심청과 아버지 심 봉사는 다시 만나게 된다. 딸을 만난 기쁨에 심 봉사는 번쩍 눈을 뜨게 된다.

  「흥부전」도 전반부는 사실주의다. 제비, 박 씨가 등장하는 장면부터가 판타지다. 비현실인 줄 알면서도 독자는 스릴, 서스펜스, 쾌감을 느끼고 박수를 보낸다.

  「별주부전」은 우화적 기법으로 인간 사회를 풍자한다. 용궁, 용왕, 토끼, 자라, 토끼 간을 등장시켜 뻔한 거짓말인 줄 알면서 독자는 시대를 초월하여 웃음과 갈채를 보낸다. (p. 7)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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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3. 4월(258)호, <고전에게 길을 묻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