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때 되어도 아니 피는 잎으로 하여/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8. 17:29

 

 

    때되어도 아니 피는 잎으로 하여

 

    정숙자

 

 

  때 되어도 아니 피는 잎으로 하여

  식어 가는 숨인 줄 알았나이다

 

  흥건한 이 봄도

  얼음장 같고

  솟으려던 꿈나래는

  흩어진 구름

 

  진달래 화려히 피는 곁에서

  접동새 골짝골짝 흔들며 욺은

 

  마음에 묻은 산, 천이요 만 봉

  그 바위 깨느라 치는 몸부림

 

  임의 품에 포근포근

  붉는 꽃들은

  물소리 얼마나 청랑하오리

 

  때되어도 못 틔운 잎새 하나는

  임의 전각 풍경(風磬)으로 걸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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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