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흐름
홍시율
*
인생은 흔들림의 연속이다.
미래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에
모든 선택에는 갈등을 수반하게 된다.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행위들이 동요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모든 결과물은 동요의 산물이다.
*
인간들은 인간들을 위해 일을 한다.
목소리가 강한 집단들을 위한 혜택이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또 인간들은 동일한 집단들끼리만 평등하다.
인간들이 얘기하는 평등은
평등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평등일 따름이다.
*
한 개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빈 공간이
비슷한 유형의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개체와 만나서 우연한 선택으로 삶은 진행한다.
그 빈 공간이 바로 내가 회피하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현상계를 통해
드러나는 가운데 고통이 끼어들 틈이 생성된다.
*
쇼펜하우어(Schopenhauer)는 궁핍이 고통을 낳고
안전은 무료함을 낳기에
인생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고통을 체화하여
고통이 아닌 것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안락이 찾아온다.
*
고독도 결국은 내 삶의 황량한 시간들을
모두 끌어안지 못하는 얕은 침잠일 뿐이다.
삶의 고뇌를 해소할 실마리는 고독에 있지 않다.
존재의 목적은 깨달음 자체가 아니라
깨달음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는 질 좋은 평온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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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자신만의 특유한 장점 하나씩은
보유하게 된다. 게다가 본능적으로
조금 부족한 부분일지라도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을 특화시켜 사용하게 된다.
어릴 때의 특징이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는 고스란히 이러한 특성들이 녹아 있다.
*
우리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여 아주 단순한 것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사회적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대각 관계의 재능을 보유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인간은 인간을 상쇄한다.
*
사람들은 항상 내일을 걱정하며 산다.
내일의 걱정거리가 없다면 그다음 날의
걱정거리를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삶의 목표는 걱정이 없는 세계이고,
삶의 도구는 걱정 자체이고,
삶의 희열은 큰 걱정으로 작은 고통들을 대체하는 것이다.
*
옳고 그름도 순간적으로 바뀐다.
옳음이 언제나 선이 아닌 것처럼
그름도 항상 악은 아니다.
사람들 세계의 기준은 명확한 것 같지만
자기를 빼놓고 세상만을 저울질하는 꼴이 되어서
자기에게 주는 엉성한 면죄부가
독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스스로를 정확히 바라보지 않으면
인생 내내 자신의 감옥 속에서 헤매게 될 수 있다.
*
외부 충격이 없을 때조차 자기의 평온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외부 충격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조화롭게 흡수하여
자기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균형적 준비 상태가
인성이다.
*
인간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생체리듬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자극에 대해서는
쉽게 적응하면서 조화를 이루기 힘든
자극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스트레스는 전체 계를 뒤흔드는 진동으로 나타나며
취약한 부분으로부터 균열을 발생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극도의 슬럼프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외부 충격에 강한 계系
신경증이 없는 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
존재하는 변수들을 상수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자신에게서 구해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세계로 스스로를 이끌기 위해서는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그러면 그다음 발은 조금 쉬워질 것이고
계속해서 걸음은 빨라질 것이다.
실력이 오르면 비전이 생기고
비전은 자신감 있는 인성을 이룬다.
*
우리는 추억으로 살기 위해 추억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추억은 다락 속의 조화일 뿐이고
현재는 아름다운 꽃을 가꾸는 것이다.
*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아야 하는데
자꾸만 빛바랜 의미를 붙이려 드는 것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
성공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평생 낭패감 속에서 허덕이게 된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적정한 요구를 수용했을 때
한 번뿐인 인생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남들의 평가는 미뤄둬야 한다.
*
마음이 꽉 막혀 있을 때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
너무 열려져 있어 아플 때는 살짝 막아준다.
아주 작은 흐름으로도 족하다.
- 전문(p. 156-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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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시율 수상록 『마음을 여는 속도』에서, 2023. 5. 26. <굿웰스북스> 펴냄
* 홍시율/ 경기 안성 출생, 2016년 계간 『문학의 봄』으로 등단, 시집『사람이 별이다』『사랑이 지나갔으므로 할 일이 많아졌다』『아무 쓸모 없는 가슴』, 에세이집『삶의 관성들 다시 읽기』『잃어버린 고양이에 대한 예의』『나를 안아줄 시간이다』등, 사색가,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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