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아모르 파티와 카르페 디엠/ 김민정(시조시인)

검지 정숙자 2023. 6. 3. 15:02

<에세이 한 편>

 

    아모르 파티와 카르페 디엠

 

    김민정/ 시조시인

 

 

  한국문인협회는 전국에 퍼져 있어 그 회원 수가 15,700명에 이르고 지회지부도 200곳이나 된다. 그 역사도 60년이 넘어 한국에서 가장 정통성, 역사성이 있는 거대한 문학단체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김호운 소설가가 이사장으로 당선되었고 동반 출마한 7명의 부이사장 중 한 사람으로 필자도 부이사장으로 당선되었다. 하나를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새삼 경험하기도 했다. 껍질을 깨고 병아리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병아리 자체가 안에서 힘을 주고 깨어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면 오무라이스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을 또 한 번 경험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달 전까지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상임이사직까지 맡게 되어 상근하면서 문인협회를 위해 봉사하게 되어 어깨가 조금 무겁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아모르 파티(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말과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자기 앞에 어떤 운명이 놓일지 사람들은 한 치 앞을 모른다. 어떤 운명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아무도 모른다. 신만이 아는 것일까? 톨스토이의 소설들이 자꾸 생각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운명이 나를 어떠한 상황에 놓을지라도 그 운명을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뜻이 '아모르 파티'이다. 그와 함께 '카르페 디엠'이란 오늘을 즐기라, 즉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다. 거의 같은 맥락이다.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현대를 사랑하는 일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톨스토이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그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대에게 가장 값진 시간은 언제인가?'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지금 그대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그대가 하고 있는 일이며, 가장 값진 시간은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일이라고 했다.

  이것은 실존주의외도 상통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로우며 인간이 어떠한 것이 될 것인가는 앞으로 그들이 자유로이 결정할 것이다"라고 했지만 "자유란 당신이 주어진 것을 갖고 당신이 실행하는 무엇이다"라고 하여 아마도 주어진 운명, 주어진 환경과 능력 속에서 자유롭게 실행하라는 뜻일 것이다.

  또한 사르트르는 "언어는 장전된 권총과 같다"고 했다. 그 언어로 문학을 창작하는 문학인들은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문학인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문학의 질을 높이는 일은 문학인 개개인의 몫이다. 스스로 좋은 작품을 쓰려고 부단히 노력하면 그만큼 작품의 질이 높아질 것이고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작품이 될 것이다. 문학인 스스로가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옆에서 아무리 도와주어도 소용이 없고, 독자들도 점점 작품을 외면할 것이다. 작품을 읽는 독자가 작품이 좋다고 말할 수 있고, 다시 읽고 싶어지도록 문학인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문학은 예술이지만,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한 인간이 지닌 내면이 다 드러나는 것이다. 자연과 예술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아야 그의 문학이 깊어질 수 있다.

  그리고 김호운 이사장님의 취임사에서처럼 너무 자기 장르에만 국한되지 말고 폭넓게 문학을 접하여 통섭의 문학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의 장르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장르의 문학도 많이 읽어 사고의 폭을 넓히고, 문학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타장르 문인에 대한 존경심도 갖게 될 것이고, 문학인에 걸맞는 인격과 인품도 나오고 다른 장르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이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라 노래한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을 외우면서 오늘도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노력하는 문인이 되어야겠다. ▩  (p. 376-378)

 

   ▣ 편집후기: 그동안 연재하던 <목동살롱>은 이번 호로 끝낸다. 6월 호에는 신인작품상이 실릴 예정이라 지면이 부족할 것 같아 생략하고 7월호부터는 <작품을 탄생시킨 모티브> 2쪽(사진 한 장, 글)을 신설할 예정이다.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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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3-5월(651)호 <목동살롱 87>  에서

  * 김민정/ 시조시인, 198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