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행복의 비결/ 장병호(수필가)

검지 정숙자 2023. 5. 24. 01:14

<에세이 한 편>

 

    행복의 비결

 

    장병호/ 수필가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범재凡才와 천재天才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궁정악장 살리에리는 자기가 애써 작곡한 곡을 모차르트가 한 번 듣고는 곧바로 피아노로 치면서 수정해주는 것을 보고 그의 천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 그는 질투심에 불타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렇게 자기보다 잘난 사람에게 질투감을 느끼는 현상을 '살리에리 증후군(Salieri Syndrome)'이라고 한단다.

  모차르트가 죽고 나서 살리에리도 발작을 일으키는데, 결국 그의 비극은 자기와 남을 비교하고 남이 가진 능력을 지나치게 부러워한 데서 비롯된 셈이다. 만약 그가 모차르트의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하고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두 사람 모두 불행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남을 견주어보는 습성이 있다. 그리하여 자기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부러워하면서 '저 사람은 저렇게 잘사는데 나는 뭐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이 초라해지기 시작한다.

  부러움의 사슬에 대한 우화가 하나 있다.

  옛날 중국에 발이 하나인 '기'라는 동물이 있었다. 그 동물은 발이 여러 개 달린 지네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지네는 발이 없어도 빨리 기어다니는 뱀이 부러웠다. 뱀은 또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바람을 부러워했다. 바람은 가만히 앉아서도 무엇이든 바라보눈 눈을 부러워했고, 눈 또한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하였다. 그래서 마음에게 "당신도 부러운 것이 있소?"라고 물으니, "나는 외발 달린 '기'가 부럽소."라고 대답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는 곧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가 그러하지 않은가. 가난한 사람은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돈 많은 사람은 권력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권력 있는 사람은 마음이 편해 보이는 가난한 사람을 부러워한다. 

  여기서 망각하고 있는 것은 부러움의 요소가 타인이 아닌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지닌 사소한 것도 타인의 눈에는 대단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 것은 티끝같이 여기면서 남의 것만 태산처럼 부러워하고 있으니 어찌 어리석지 않은가.

  다음 이야기도 음미해 볼 만하다.

  옛날 어느 나무꾼이 산에서 호랑이를 피해 나무에 오르다가 공교롭게도 호랑이의 등에 떨어졌다. 그래서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얼른 호랑이의 목을 붙잡았다. 호랑이는 몸을 흔들어도 나무꾼이 떨어지지 않자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나무꾼은 죽을힘을 다해 호랑이를 껴안고 놓지 않았다. 한 농부가 그 광경을 보고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나는 평생 땀 흘려 고생하는데, 저 양반은 팔자가 좋아서 호랑이 등을 타고 노니는구나!"

  나무꾼은 생사를 다투는 중인데, 농부는 겉모습만 보고 부러워한 것이다. 우리가 매양 누구를 부러워하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고역을 치르는 중이다. 사람 사는 속이 따지고 보면 나에게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어려움이 있고, 나만 고민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제각기 고민거리를 가지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궁정악장 살리에리가 그토록 부러워한 음악 천재 모차르트도 실상은 빚에 쪼들리며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뱅이였던 것이다.

  행복은 자기 긍정에서 온다. 남을 부러워하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두고 불행하다고 여기지만 남들은 내가 가진 것을 보며 나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 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누가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 말했듯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 (p. 14)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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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집 · 서울』 2023. 3월(257)호 <수필>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