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날마다 날마다 한 눈금씩만/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3. 19:57

 

 

    날마다 날마다 한 눈금씩만

 

      정숙자

 

 

  날마다 날마다 한 눈금씩만

  임을 향해 자라나게 해주셔요

  햇빛 석 자 넉자 물에 빠지면

  그 기쁨 안고 크는 해초들처럼

 

  밤마다 밤마다 한마디씩만

  임을 향해 속삭이게 해주셔요

  달빛 석 자 넉 자 들에 쌓이면

  그 고요 노래 잣는 도랑물처럼

 

  세상의 차고 더운 색깔을 떠나

  임의 빛으로 잠들고 깨며

  날마다 날마다 한 눈금씩만

 

  임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셔요

  별빛 석 자 넉 자 맘에 안기면

  그 눈빛 닮아 피는 이슬꽃처럼.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