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3. 19:55

 

 

    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정숙자

 

 

  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질그릇 하나 구워낸다면

  그리운 마음으로 전을 두르고

  베개 위 이슬 주워 무늬 놇* 것을

 

  이 몸 녹이고 다시 녹여서

  기름 한두 홉 받쳐낸다면

  외로운 가슴 거르고 걸러

  합장하던 두 손 향내 펼 것을

 

  살아서 못 닿은 만남일랑은

  태워도 줄지 않는 심지로 꼬아

  생전 모습인 양 외로 세운 뒤

 

  임이여 등잔으로 곁에 두소서

  꽃봉같이 고운 불 당겨 주소서

  티끌 삶 봉한 상소 올리올 것을.

 

   * 놇 : '놓을'의 준말(필자가 만들어 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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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