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정숙자
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질그릇 하나 구워낸다면
그리운 마음으로 전을 두르고
베개 위 이슬 주워 무늬 놇* 것을
이 몸 녹이고 다시 녹여서
기름 한두 홉 받쳐낸다면
외로운 가슴 거르고 걸러
합장하던 두 손 향내 펼 것을
살아서 못 닿은 만남일랑은
태워도 줄지 않는 심지로 꼬아
생전 모습인 양 외로 세운 뒤
임이여 등잔으로 곁에 두소서
꽃봉같이 고운 불 당겨 주소서
티끌 삶 봉한 상소 올리올 것을.
* 놇 : '놓을'의 준말(필자가 만들어 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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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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