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최고의 인간형으로 제시한 호모 포에타(Homo poeta)
이경교
니체가 최고의 인간형으로 제시한 호모 포에타(Homo poeta), 즉 '시적 인간'이란 삶의 노예상태로부터 해방된 인간, 바로 감동으로 충만한 인간을 가리킵니다.(p. 26)
대학이란 장소는 정신적 가치를 고양하고, 균형 잡힌 인격을 함양하는 곳이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의 사모스 동굴학교 쎄미써클(Semicircle)로부터 플라톤의 아카데미아(Academia), 아리스토텔레스의 뤼케이온(Lykeion)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우리의 국자감이나 성균관, 소수서원이나 도산서원의 정신이 한결같이 그렇다. 21세기가 되었다 하여 대학의 본분이 통째로 바뀌는 건 아니다. 문제는 혁신의 개념을 오해하거나 오용하는데서 생긴다. (p. 136)
나는 나 자신이 가난한 농촌 출신이란 것, 요즘 말로 흙수저란 걸 원망한 적이 없다. 다만 왜 나는 성현들의 빛나는 안목에 이르지 못하는가를 자책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그 때문에 요즘 유령처럼 배회하는 자기비하의 그림자들, 흙수저라거나 헬조선이란 구호들에 섬뜩함을 넘어 슬픔을 느낀다. 그 구호들은 절망에 처한 청춘을 위로하기는커녕 불안과 절망의 늪으로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 키엘케골에게 절망은 이윽고 '죽음에 이르는 병'일 뿐이다. 물론 존재론적 불안과 동시대적 불안은 품격이 다르지만 말이다. 헬조선이란 구호의 발원지 또한 병적인 자포자기에서 출발했으리란 걸 나는 의심치 않는다. (p.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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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교 산문 『청춘서간』에서/ 2020 7. 10. 초판 1쇄 & 2022. 5. 17. 초판 3쇄 발행, <행복우물> 펴냄
* 이경교/ 충남 서산 출생, 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이응 평전』『꽃이 피는 이유』『달의 뼈』『수상하다, 모퉁이』『모래의 시』『목련을 읽는 순서』『장미도 월식을 하는가』, 저서『한국현대시 정신사』『현대시 이해와 감상』『즐거운 식사』『푸르른 정원』『북한문학 강의』『예술, 철학, 문학』『문학길 순례』, 수상록『향기로운 결림』『화가와 시인』『낯선 느낌들』『지상의 곁길』『장강유랑』, 번역서『은주발에 담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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