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학처럼 늙으라고 아니오시오/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0. 02:44

 

 

    학처럼 늙으라고 아니 오시오

 

     정숙자

 

 

  학처럼 늙으라고 아니 오시오

  바위로 굳으라고 아니 오시오

  돌릴 수 없이 멀리와 버린

  이 나이 어쩌라고 아니오시오

 

  햇빛에 독 묻혀 던지시오면

  오히려 합장하고 쓰러질 것을

  선약(仙藥)도 사약(死藥)도 아닌 하세월

  어찌 이으라고 아니오시오

 

  삼단 같은 머리채로 강물에 빠져

  죽은 잉어처럼 떠다녔으면

  뉘도 몰래 풀섶에 썩어졌으면

 

  천지에 꽃들은 피고 또 지고

  가슴에 피눈물 지고 또 지오

  임은 소첩 어이 잊고 아니 오시오.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