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부고_ 이성교 시인 별세, 향년 89세/ 가을 운동회 : 이성교

검지 정숙자 2023. 1. 21. 14:45

 

    가을 운동회

 

    이성교(1932-2021, 89세) 

 

 

  둥둥 북소리에

  만국기가 오르면

  온 마을엔 인화人花가 핀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연신 터지는

  출발 신호에

  땅이 흔들린다.

 

  차일 친 골목엔

  자잘한 웃음이 퍼지고

  아이들은 쏟아지는 과일에

  떡타령도 있었다.

 

  하루 종일 빈 집엔

  석류가 입을 딱 벌리고

  그 옆엔 황소가

  누런 하품을 토하고 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온갖 산들이

  모두 다 고개를 늘이면

  바람은 어느 새 골목으로 왔다가

  오색五色 테이프를 몰고 갔다.

     -전문-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이성교(1932-2021. 12. 7. 향년 89세) 시인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국학 대학, 중앙대 대학원 및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56년 『현대문학』에 「윤회」 「혼사婚事「노을」등이 추천되어 등단하였고, 시집으로는 『산음가山吟歌』 『겨울바다』 『보리 필 무렵』 『눈 온 날 저녁』 『남행南行길』 『소망의 나무』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역임하였고, 성신여대 명예교수이다.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삶이 영위되는 공간인 고향의 전원 풍물들을 노래함으로써 한국인의 고유 정서의 일면을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p. 시 288/ 론 287)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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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_ 이성교 시인 추모>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