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
당숙(唐肅, 1318~1371, 53세)
비위투간위호기/ 非爲投竿爲好奇
고기를 잡으려는 것은 꼭 아니었으나
강한동절조옹자/ 江寒凍折釣翁髭
강바람 추위에 수염이 꽁꽁 얼어붙었네
연지설압봉창효/ 緣知雪壓篷窓曉
봉창에 밤새 눈 쌓이고 날이 밝았는데
부재어귀지재시/ 不載漁歸只載詩
고기는 잡지 못하고 시만 싣고 돌아오네
-전문-
▣ 몇 편의 시를 싣고 돌아오시길_ 조미애/ 표현문학회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겨울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올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표현』 제 85호를 발간합니다.
1930년 수인번호 '264'번이 끝내 이름이 된 이육사(李陸史, 1904-1944, 40세)는 그의 시 「강 건너간 노래」에서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 앞냇강 쩅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 건너갔소// 강 건너 하늘 끝에 사막도 달은 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러서" 갔다고 했습니다. 다시 읽으니 우울해집니다.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을 건너가 버렸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떠나보낸 것은 무엇이었나 싶습니다. 동지섣달 겨울밤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표현』을 읽으면서 위로받으시길 빕니다.
눈이 내리는 날에 고기를 잡으러 강에 나갔으나 고기는 잡지 못하고 시詩만 싣고 돌아오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표현』의 문우님들께서도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만나는 따뜻한 봄에는 부디 몇 편의 시詩를 싣고 돌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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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表現』 2022-겨울(85)호 <권두언> 전문
* 조미애/ 표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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