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상허에게 산문을 듣다(부분)/ 편집위원회

검지 정숙자 2022. 12. 27. 01:49

<『창작21』 2022-가을(58)호/ 책머리에>

 

    상허에게 산문을 듣다(부분)

 

     편집위원회

 

 

  1904년 철원군 묘장면에서 출생한 이태준(1904~1970, 66세)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고난한 삶의 역경과 함께 문학적으로도 특이한 이력을 지닌 소설가이다.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러시아 연해주에서 살다 부친의 별세로 함북 회령에 정착하는가 하면, 이곳에서도 어머니가 별세하자 천애 고아 신세가 되어 다시 철원으로 돌아온다. 이후 성장기인 1924년 일제에 맞서 동맹휴학을 주동하다 퇴학당하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이곳에서 단편소설 「오몽녀」를 당시『조선문단』에 투고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아마 이때부터 그의 문학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태준의 평가는 다양하다. 한국전쟁이 있기 전 소련과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월북하는가 하면, 순수문학 단체 구인회를 결성 활동하기도 했다. 또는 해방 이후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 북조선예술문학예술총연맹 부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김일성을 찬양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활동으로 남조선 문단에서도 여러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예컨대 보수와 진보 진영에 따라 이태준의 평가는 다르게 인식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원 지역에서는 그를 자진 월북 작가라 하여 문학비나 추모행사에 무관심하거나 그를 비난하는 여론이 크게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이런 비판적 인식이 많이 해소되고, 문학비도 세워져 이태준 소설가를 기리는가 하면 철원군에서는 이태준문학관 건립 전담부서가 생겨 몇 년 후면 완공된다고 한다. 이어 완공 시기에 맞춰 이태준문학상도 수여할 계획이라는 관계자의 얘기도 들었다. 오랫동안 상허 이태준을 기리는 일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감회가 새롭고, 당연히 작가를 기억하고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관이 건립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엿들어 보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이태준문학관이나 상허문학상 등이 생기는 것을 누구든 긍정적으로 보고 많은 호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태준 소설가에 걸맞는 문학관을 비롯 문학상 등을 위한 범문학계 추진위나 자문기구 등이 구성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지역 문학인들이 중심이 되고, 지역 내 지도자들이 손잡고 이러한 추모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점은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이태준을 기억하는 작가들을 비롯 많은 독자들이 있고, '상허학회' 등 연구단체도 상당히 활동하고 있다. 기왕 이태준문학관이 생기고, 그의 산문정신을 기리는 문학상이 만들어진다면 좀 더 폭넓은 여론과 인적 자산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밖에 철원에는 훌륭한 시인,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시인으로 민영, 이원섭 선생을 비롯 소설가 유재용, 김소진 등이 있다. 이왕 철원문학을 발전시키고, 이태준문학관에 주목했다면, 중요한 문학 유산으로 생각하고, 기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p. 2~3)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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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 21』 2022-가을(58)호 <책머리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