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34
정숙자
다시 가을입니다. 당신 생각을 하면 가슴 무너지는 ᄀᆞ을입니다. 어느 때라 무너지지 않을 가슴이겠습니까, 마는 가을엔 열 곱 스무 곱 무너집니다. 뭇 별 저마다 총명하고 바람은 어디론가 바삐 가는데 저만이 돌이 되었습니다. 우박이든 번개로든 이 몸에 부처 얼굴 새겨 주소서. 어쩌면 가을은 ᄀᆞ장 깊은 말씀이겠지요, 마는 그래서 더 파래지는 하늘이겠지요, 마는···. (1990. 9. 6.)
사뭇 슬플 땐
어떤 말을 써도
시가 됩니다
슬픔은 이 세상에 와서 가장 ᄆᆞᆭ이 체험하는
기온 중 하나이지만,
그렇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ᄋᆞᆭ는 추위입니다
-전문(p. 70)
● 시인의 말
세월 저쪽의 미발표원고 한 묶음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을 뭐라 표현해야 하나? 야생이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여덟 살 때 처음으로 야생의 물을 맛보았다”(스티븐 헤로드 뷰너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 18쪽, 2005, 나무심는사람)라고 적힌 책을 다시 펴 보았다. 동·식물도 아닌 물을 일컬어 ‘야생’이라니! 나의 「공우림의 노래」에도 ‘야생’이란 그 말, 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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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2-겨울(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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