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33
정숙자
달 중에 제일 어린 초승 달님은
달 중에 제일 예쁜 꽃잎이래요
천성으로 지닌 둥그런 사랑
강보에 ᄊᆞ여 모르는 채로
하루 건너 발그레 벙그는 얼굴
기러기도 구름도 들여다보곤
황홀히 입 맞추며 떠난답니다
바람 함께 조심조심 지난답니다
(1990.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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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을 넘긴 딸과 제가 거실 창가에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보름달이 만개한 날이었지요. ᄄᆞᆯ과 저는 35년+35년 동안의 추억을 불러냈습니다. 그러다가 저 달이 정말 그 옛날 그 달일까? 제가 ᄃᆞᆯ을 향해 불쑥 물었습니다.
“야, 니가 진짜 그때 그- 달이냐?”
“엄마, 저 달이 나이가 몇인데 반말이에요?” (아아, 얘가 동시를 잘 지었었는데···, 열어줘야 했는데···, 文이···, 세상이···, 힘들더라도···, 門을···,)
-전문(p. 68-69)
● 시인의 말
세월 저쪽의 미발표원고 한 묶음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을 뭐라 표현해야 하나? 야생이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여덟 살 때 처음으로 야생의 물을 맛보았다”(스티븐 헤로드 뷰너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 18쪽, 2005, 나무심는사람)라고 적힌 책을 다시 펴 보았다. 동·식물도 아닌 물을 일컬어 ‘야생’이라니! 나의 「공우림의 노래」에도 ‘야생’이란 그 말, 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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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2-겨울(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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