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탈蟬脫
홍사성
여름 한철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
날 추워지자
더 울지 못하고 울음 뚝, 멈추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시체
소리의 사리라도 됐을 줄 알았더니
개미조차 파먹을 수 없는
빈껍데기다
바람 속으로
죽은 매미껍질 던지다 돌아보니
악다구니 쓰며 살아온 세월
참 우습다
옛날 어떤 고승은
떠날 때 되자
짐승의 먹이나 되겠다며
목욕하고 혼자 산속으로 들어갔다는데
-시집 『터널을 지나며』(책만드는 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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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바다』2022-가을(36)호 <내 시집 속의 가을 시>에서
* 홍사성/ 2007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내년에 사는 법』『고마운 아침』『터널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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