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선탈(蟬脫)/ 홍사성

검지 정숙자 2022. 11. 13. 02:28

 

    선탈蟬脫

 

    홍사성

 

 

  여름 한철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

  날 추워지자

  더 울지 못하고 울음 뚝, 멈추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시체

  소리의 사리라도 됐을 줄 알았더니

  개미조차 파먹을 수 없는

  빈껍데기다

 

  바람 속으로

  죽은 매미껍질 던지다 돌아보니

  악다구니 쓰며 살아온 세월

  참 우습다

  옛날 어떤 고승은

  떠날 때 되자

  짐승의 먹이나 되겠다며

  목욕하고 혼자 산속으로 들어갔다는데

    -시집 『터널을 지나며』(책만드는 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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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바다』2022-가을(36)호 <내 시집 속의 가을 시>에서

  * 홍사성/ 2007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내년에 사는 법』『고마운 아침』『터널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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