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디아스포라의 안과 밖을 넘어서> 中
한민족 디아스포라와 모국어의 시적 형상(부분, 둘)
이형권/ 문학평론가
1.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오늘(발췌)
한민족의 역사는 유대 민족의 디아스포라와 닮았다. 수천 년 동안 시련의 역사를 겪어 왔다는 점, 그러한 역사와 관련하여 집단적 유령의 삶을 살아왔다는 점, 독립한 후에도 강대국 내지는 적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시련을 기회로 승화시키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유대인들은 기원전 8세기 경에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한 뒤, 2000여 년 동안 나라를 잃고 이방으로 흩어져 떠돌아 살다가, 2차 세계대전 후인 1948년에 이르러 독립 국가를 다시 세웠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남한만의 단독정부라는 한계는 있지만, 한민족이 독립 국가를 수립한 것도 이스라엘 재건 시기와 같은 1948년이었다. 물론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그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면에서 유대인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한민족과 이스라엘 민족의 디아스포라는, 오랜 세월 동안 이산의 아픔이 있었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끈질기에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p.19)
3. 디아스포라 문학의 내일(발췌)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중요시하는 모국어는 말 그대로 어머니의 언어이다. 이때 어머니는 혈연적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모국의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 일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 어머니에게 말을 배우면서 습득한 모든 것들이 어머니의 또 다는 이름이다. 한 인간의 의식주와 감각과 감정과 생각은 모두 애초에 어머니에게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국어에 대한 애착으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혹자는 모국어보다 현지어를 더 열심히 배워서 적응력을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이민자의 삶에서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열심히 습득한다고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때때로 어머니와 같은 모국어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마음의 안식을 구하는 일이 현지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모국어는 표현 매체로서뿐만 아니라 상징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p. 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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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2022-여름(80)호 <특집/ 디아스포라의 안과 밖을 넘어서>에서
* 이형권/ 문학평론가, 저서『타자들 에움길에 서다』『한국시의 현대성과 탈식민성』『발명되는 감각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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