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아기 도마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12. 19. 01:09

 

 

   아기 도마뱀

 

   정숙자

 

 

  에이쿠

  너였구나

  놀랬지 뭐냐

  그토록 잽쌀 게 뭐람

 

  너는 손이 귀엽구나

  나하고 똑같애

  다섯이야

  발가락도,

  그렇게 가늘어서

  풀잎에만 걸려도 상처나겠다

 

  살갗도 나하고 똑같네

  등에 동그라미 무늬

  작은 고리들처럼 보여

  만지면 보드러울 것 같다마는

  그럴 마음은 없구나

  나는 겁쟁이라서 말이야

  미안해

 

  너를 만나서 기쁘다

  내가 먼저 가야 되겠어

  버스가 오기 때문이야

  네 손을 기억할게

  아무나 그렇게

  빤히 보아버릇하지 말아라

  안녕

  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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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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