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도마뱀
정숙자
에이쿠
너였구나
놀랬지 뭐냐
그토록 잽쌀 게 뭐람
너는 손이 귀엽구나
나하고 똑같애
다섯이야
발가락도,
그렇게 가늘어서
풀잎에만 걸려도 상처나겠다
살갗도 나하고 똑같네
등에 동그라미 무늬
작은 고리들처럼 보여
만지면 보드러울 것 같다마는
그럴 마음은 없구나
나는 겁쟁이라서 말이야
미안해
너를 만나서 기쁘다
내가 먼저 가야 되겠어
버스가 오기 때문이야
네 손을 기억할게
아무나 그렇게
빤히 보아버릇하지 말아라
안녕
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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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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