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동의 봄
윤정구
너구동의 봄 햇살은
돌멩이도 움을 틔우나 보다
따끈해진 돌멩이 속에서
삐약! 삐약!
병아리 소리가 들렸다
돌멩이의 부화孵化라니!
천년을 기다린 돌 속의 병아리가
마침내 부드러운 부리로
딱딱한 돌껍질을 두드리다니!
무심無心 속에
저리 유정有情한 목숨줄을 심는
햇살의 염력念力으로
돌멩이 하니씩 깨어난다
너구동 골짜기 가득
햇병아리 소리다
날아라 돌멩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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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천지 동인 제9시집『달을 먹은 고양이가 담을 넘은 고양이에게』에서/ 2022. 3. 31. <문학의전당> 펴냄
* 윤정구/ 경기 평택 출생, 1994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눈 속의 푸른 풀밭』『햇빛의 길을 보았다』『한 뼘이라는 적멸』외, 시선집『봄 여름 가을 겨울, 일편단심』, 산문집『한국 현대 시인을 찾아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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